웹2.0의 유행은 시맨틱 웹을 공부하거나, 연구하거나 또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이미 활발하게 서비스되고 있는 다양한 모델을 예로 제시하고, 그것이 그대로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전략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적어도 없어 보이진 않으니까.
그쯤해서 시맨틱 웹쪽에 있던 사람들은 두 가지 (아주 힘든) 질문에 힘겨워했다. 어쩌면 진행중일지도 모른다.
1. 시맨틱 웹이 한 것이 무엇인가?
2. 웹2.0에 왜 끼어들려고 하나?
1. 시맨틱 웹이 한 것이 무엇인가?
첫번째 질문은 비교적 간단한 답을 제시할 수 있다. 몇 년동안 주구장창 표준만 만들었다. 웹 2.0쪽에서 비난과 조소를 던져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시맨틱 웹에서 보여준 애플리케이션은 구글, 야후, 딜리셔스와 같은 것과 비교하면 장난감 수준도 안된다. 기껏해야 습작을 하는 정도라고 할까?
그러나 이런 방법을 조소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첫번째 카운터펀치는 “표준”이라는 칼을 갈았다는 것이다. 그 표준은 영어로 된 둔탁하며 재미없어 보이지만 수많은 이해관계자들도 어느 정도 동의한 옥석이다. 예로, RDF는 수많은 토론과 실험, 응용을 통해 완성된 de-facto의 모습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RDF 어휘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웹 2.0은?
처음엔 매력적이고 괜찮은 듯 보이지만 이제 불만이 터져나온다. 여러 사이트의 데이터를 공유할 수 없을까? 내 데이터만이라도 내가 관리할 수 없을까? 결국 이런 문제는 다시 표준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그 때 시맨틱웹 진영이 만든 표준을 사용하던 아니던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하지 않은가?
좀 더 냉정하게 얘기하면, 웹 2.0은 하나의 서비스나 사이트에 사용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던가? 좀 넓게 펼쳐봐도 특정한 계약에 의해 정보가 공유되는 정도가 아닐까?
그런데 시맨틱 웹은 특정한 사이트만을 얘기하자는 목적이 아니었다. 그 자체로 웹에 대한 얘기였고 웹 환경을 바꾸기 위한 그 무엇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웹을 만들었지만 그 이후 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웹에서 표준을 만들고 끊임없이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정도면 이해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제발 당장 내일 세상을 바꿀 것 같은 애플리케이션이 무엇이냐고 묻지 마시라.
지금까지 버스만 열심히 만들었다. 아래 그림과 같은.
2. 웹2.0에 왜 끼어들려고 하나?
논리적이지 않지만 끼어들면 왜 안되나? 그런다고 웹2.0을 시맨틱웹이라 우기지 않을 것인데. (웹2.0과 시맨틱웹이 같다는 사람도 가끔 보긴 하지만 예외로 하고).
개인 사정을 얘기하면, 내가 시맨틱 웹을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 2000년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 때 아는 것도 없으면서 무식하게 XML을 공부하고 그 여새를 몰아 RDF를 공부했지만 처참히 무너졌다. 도대체 알 수 없는 얘기들의 연속이라서. 인공지능이나 전산학을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좀 쉬울 법도 하지만 난 학부 전공이 경영학이라서 완전히 다른 세계의 얘기였다.
그 땐 보이는 대로 찾는대로 다 읽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석사를 마칠 때 데스크탑에 시맨틱 웹 기술을 적용하려는 시도를 했었다. 연구소에서 처음 했던 일도 이와 비슷한 일이었는데 점점 관심사를 좁히다 보니 “태그”가 내 핵심 주제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석사때부터 내가 생각했던 것은 단순한 키워드를 규칙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였고, 지금하는 일은 그 연장선인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정확히 웹2.0과 시맨틱 웹의 중간에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내 관심은 태그, 소셜 네트워크이지만, 기술적 해법은 시맨틱 웹이란 곳에서 찾으려 한다. 그럼 난 두 가지 패러다임 안에 몸을 숨기고 기회를 보고 있는 것인가?
문제는 웹2.0과 시맨틱 웹을 다른 것으로 경쟁의 대상으로 해석하며 생기는 이분법에 있다. 내가 몸을 숨기고 있어도 사용자에게 좋은 서비스나 기회를 주면 되는 것 아닌가? 그것이 웹2.0이건 시맨틱 웹이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지 않은가? 그냥 웹을 쓰는 여러분의 친구, 어머님, 아버님에게 이건 웹2.0이고 시맨틱웹이라고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편하고 좋으면 그냥 쓰면 되는 거지. 그런 경쟁은 저 꼭대기에서 비즈니스하는 사람들이 고민하면 되는 문제이지 않은가? 웹2.0으로 또는 시맨틱 웹으로만 돈을 벌어야하고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기업들은 반드시 구분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흐름을 만들면 그들도 “웹2.0 + 시맨틱 웹”이라고 하지 않을까? 사용자는 변하지 않는다. 웹2.0이 웹을 모두 바꾼 것 같고 사용자들이 웹2.0에 열광하고 있는 듯 하지만 그런 사용자가 전체 사용자의 몇 %일까? 아직도 태그가 무엇인지 모르고 태그를 전혀 쓰지 않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꼭 누가, 어느 분야에서 끼어들었다고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 웹2.0도 시맨틱 웹도 누구의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학문이나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오해하는 순간부터 다른 것을 올바로 볼 수 있는 관점은 사라진다. 웹2.0이 처음부터 순수한 이론이고 현상이 아니었듯이 시맨틱 웹도 점차 변화하고 적응하고 있다. 오히려 변화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따라갈 수 있고 기술적으로 이를 반영할 수 있다면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시간이 지날수록 유행과 인기는 변한다. 블로그의 인기있는 포스트나 주제도 변한다. 심지어 자신의 블로그의 주제를 통째로 바꾸기도 한다.
웹2.0으로 시작했다가 소셜 네트워크로 혹은 다른 주제로…그러면서 웹2.0은 점점 멀어진다.. 그보다는 더 진지하게 분석하고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웹2.0이 되면 안될까?
적어도 내 경우에 시맨틱 웹은 내 블로그의 정체성이며 포스트 사이를 연결시키는 가장 강력한 주제이다. 중간에 웹2.0에 관심을 갖고 분석을 해 보고 가능성을 찾았지만 그 역시 기술적 해석은 시맨틱 웹에 있었다.
언젠가 시맨틱 웹이 되지도 않을 허무맹랑한 사기라고 결정되기 전까지 이런 접근은 계속 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 깨끗히 수긍할 것이다. 나 사기쳤노라고.
나와 비교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웹2.0에 끼어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단순히 웹2.0의 유행에 편승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를 찾고 해법을 제시하려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 않을까?
좀 끼어들었으면 좋겠다. 혹시 알어? 끼어들어 더 좋은 거 나올지? (두번째 펀치인데..카운터펀치인지는 모르겠다)

